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에 관하여
최근에 영어학습 플랫폼에서 수업을 하는데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라는 주제가 있었다. 미국에서 컨설팅 회사 인턴십을 하고 있다는 대학생 튜터와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튜터는 경영컨설팅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그런지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없다고 한다. Cheers)
조용한 퇴사란 '퇴사는 하지 않지만 회사에서는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조용한 퇴사를 한 직원은 회사에서의 시간보다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에 투자한다고 한다. 그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는 거부하고, 야근하지 않으며 회사에서의 관계 맺음을 피한다고 한다. 수업 이후에 찾아보니 관련 주제로 최근에 발간된 책도 꽤 화제가 돼도 있는 것 같다.
조용한 퇴사, MZ 세대의 문제일까?
몇몇 책과 기사에서는 이것에 MZ세대와 코로나로 말미암은 이슈로 다루고 있었지만, 조용한 퇴사가 이전 세대에는 없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MZ라는 마음속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솔직한 세대를 만나고, 코로나로 인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맞물려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문제에 대한 현상이 아닐까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생각한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조용한 퇴사를 선택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 찾아본 그들이 회사와 '헤어질 결심'을 한 이유.
- 일을 열심히 하고 전문성을 보이는 것 만으로는 인정을 받기 쉽지 않다
- 운 좋게 인정 받고 빠른 승진을 한다고 해도 팀장, 임원이 되기 위해서 내가 소모되는 것 같다. (과도한 술자리, 원치 않는 모임과 친목)
- 지금의 팀장, 임원처럼 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 최선을 다해도 팔자를 바꿀 만큼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적인 문제라면 주식, 코인, 부동산이 빠를 것 같다)
- 상사, 동료와 함께 일이 즐겁지 않다. (답은 정해져 있고 나는 눈치껏 정답을 말해야 할 뿐)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그 와중에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너무나 공감이 되어 책을 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이동수 저)
제목만 봐서는 저자도 조용한 퇴사자 같지만 그렇지 않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회사생활을 하지만, 다만, 자신과 가족을 회사보다 항상 먼저 놓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미 직원들에게 자신보다 회사를 먼저 생각하라고, 회사 일을 내 일처럼 하라고 말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용한 퇴사자들을 일터로 복귀시킬 수 있을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속한 기관이 아니다.
내가 그곳에서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그 일이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조직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혹은 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떠나면 그만이다
-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중
저자는 말한다. 회사에서 되고 싶은 모습은 '좋은 사람'이고 '어쩌면 평생 친구가 되어도 좋을 동료'라고.
최근에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경제적 자유'라는 토픽이 주제가 될 때가 있다. 나는 항상 왜? 무엇을 하고 싶어서?라는 질문을 하는데, 종종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안 만나고 싶어서" 또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라고 대답을 듣는다. ("그저 놀고 싶어서"라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어쩌면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동료를 만날 수 있는 곳,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회사라면 어떤 직원들에게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을 때 누릴 수 있는 특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계속 좋은 동료로 남으려면 적어도 1인분 이상은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동료에게 관심도 가져야 하고, 가끔은 도움이 될 있게끔 자기계발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계속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 내려면 회사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좋은 동료가 되고, 즐거운 일을 만들 수 있다면 '조용한 퇴사자'가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